같은 씨앗을 심어도 어떤 땅에서는 싹조차 트지 못하고, 어떤 땅에서는 울창한 숲을 이룹니다. 우리 마음도 비슷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씨 뿌리는 사람의 비유를 통해 우리 영혼의 상태를 네 가지 땅으로 설명해 주십니다. 특히 지혜의 성인이라 불리는 성 토마스 아퀴나스를 기념하는 날입니다. 그는 평생 하느님의 말씀을 탐구하며 자신의 마음을 '좋은 땅'으로 일구어 서른 배, 예순 배, 백 배의 지혜를 열매 맺은 분이죠. 오늘 수요일, 우리 마음 밭에는 지금 어떤 가시덤불이 자라고 있는지, 혹은 얼마나 깊은 뿌리를 내리고 있는지 조용히 들여다보고자 합니다.

1. 씨 뿌리는 사람의 비유 : 마르코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4, 1-20)
<씨 뿌리는 사람이 씨를 뿌리러 나갔다.>
✠ 마르코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4, 1-20)
그때에 1 예수님께서 호숫가에서 가르치기 시작하셨다. 너무 많은 군중이 모여들어, 그분께서는 호수에 있는 배에 올라앉으시고 군중은 모두 호숫가 물에 그대로 있었다. 2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많은 것을 비유로 가르치셨다. 그렇게 가르치시면서 말씀하셨다.
3 "자, 들어 보아라. 씨 뿌리는 사람이 씨를 뿌리러 나갔다. 4 그가 씨를 뿌리는데, 어떤 것은 길에 떨어져 새들이 와서 먹어버렸다. 5 어떤 것은 흙이 많지 않은 돌밭에 떨어졌다. 흙이 깊지 않아 싹은 곧 돋아났지만,
6 해가 솟아오르자 타고 말았다. 뿌리가 없어서 말라 버린 것이다. 7 또 어떤 것은 가시덤불 속에 떨어졌는데, 가시덤불이 자라면서 숨을 막아 버려 열매를 맺지 못하였다. 8 그러나 어떤 것들은 좋은 땅에 떨어져, 싹이 나고 자라서 열매를 맺었다. 그리하여 어떤 것은 서른 배, 어떤 것은 예순 배, 어떤 것은 백 배의 열매를 맺었다."
9 예수님께는 이어서 말씀하셨다. "들을 귀 있는 사람은 들어라." 10 예수님께서 혼자 계실 때, 그분 둘레에 있던 이들이 열두 제자와 함께 와서 비유들의 뜻을 물었다. 11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대답하셨다. "너희에게는 하느님 나라의 신비가 주어졌지만, 저 바깥사람들에게는 모든 것이 그저 비유로만 다가간다.
12 '보고 또 보아도 알아보지 못하고 듣고 또 들어도 깨닫지 못하여 저들이 돌아와 용서받는 일이 없게 하려는 것이다." 13 예수님께서 또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는 이 비유를 알아듣지 못하겠느냐?
14 씨 뿌리는 사람은 실상 말씀을 뿌리는 것이다. 15 말씀이 길에 뿌려지는 것은 이러한 사람들을 두고 하는 말이다. 그들이 말씀을 들으면 곧바로 사탄이 와서 그들 안에 뿌려진 말씀을 앗아 가 버린다.
16 그리고 말씀이 돌밭에 뿌려지는 것은 이러한 사람들이다. 그들은 말씀을 들으면 곧 기쁘게 받는다.
17 그러나 그들에게 뿌리가 없어서 오래가지 못한다. 그래서 말씀 때문에 환난이나 박해가 일어나면 곧 걸려 넘어지고 만다. 18 말씀이 가시덤불 속에 뿌려지는 것은 또 다른 사람들이다. 이들은 말씀을 듣기는 하지만,
19 세상 걱정과 재물의 유혹과 그 밖의 여러 가지 욕심이 들어가, 그 말씀의 숨을 막아 버려 열매를 맺지 못한다.
20 그러나 말씀이 좋은 땅에 뿌려진 것은 이러한 사람들이다. 그들은 말씀을 듣고 받아들여, 어떤 이는 서른 배, 어떤 이는 예순 배, 어떤 이는 백 배의 열매를 맺는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2. 오늘의 묵상: 네 가지 마음 밭과 '좋은 땅'이 되는 비결
예수님의 비유는 명쾌하면서도 뼈아픈 성찰을 요구합니다. 씨앗(말씀)은 늘 한결같이 뿌려지지만, 문제는 그것을 받아들이는 '나'라는 토양입니다.
1) '길'과 '돌밭'의 유혹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길에 떨어진 씨앗은 사탄이 즉시 앗아갑니다. 말씀이 내 삶에 들어올 틈도 없이 세상의 소음에 마음을 내어주는 상태입니다. 돌밭은 기쁘게 시작하지만 시련이 오면 곧바로 포기하는 얕은 신앙을 뜻합니다. 성 토마스 아퀴나스 성인은 "인내 없이 지혜를 얻을 수 없다"라고 했습니다. 감정에 치우치기보다 말씀 안에 꾸준히 뿌리를 내리는 인내가 필요합니다.
2) '가시덤불'이라는 세상의 숨막힘을 경계합시다.
가장 많은 현대인이 처한 상태가 아닐까 합니다. 말씀을 듣기는 하지만 '세상 걱정, 재물의 유혹, 욕심'이 영적인 숨통을 막아버립니다. 더 많이 가지려는 욕심이 오히려 우리를 진정한 행복에서 멀어지게 합니다. 오늘 하루, 내 마음의 숨을 막고 있는 가시덤불이 무엇인지 살피고 그것을 쳐내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3) '좋은 땅'은 듣고 받아들이는 땅입니다.
좋은 땅은 단순히 깨끗한 땅이 아닙니다. 비바람을 견디고, 농부의 손길(하느님의 이끄심)에 자신을 내맡기는 땅입니다. 말씀을 단순히 정보로 듣는 것이 아니라, 내 삶의 기준으로 '받아들일' 때 열매는 맺어집니다. 오늘 기념하는 토마스 아퀴나스 성인처럼, 하느님의 진리를 향한 열망으로 마음을 일굴 때 우리 삶은 백 배의 가치를 지니게 될 것입니다.
💡 잠시 성인에 대해 알아볼까요?
➕ [성인 탐구] 신학의 태양, 성 토마스 아퀴나스는 누구인가요?
성 토마스 아퀴나스(1225~1274)는 가톨릭 교회가 '천사적 박사(Doctor Angelicus)'라고 부르는 위대한 사제이자 신학자입니다. 우리가 오늘 복음에서 묵상한 '좋은 땅'이 되어 백 배의 열매를 맺는다는 것이 무엇인지, 그는 자신의 삶 전체로 증명해 보였습니다.
● 지혜를 향한 순명: 부유한 귀족 집안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가난한 도미니코 수도회에 입회한 그는, 인간의 이성과 신앙이 결코 충돌하지 않음을 학문적으로 정립했습니다.
● 방대한 업적, <신학대전> :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신학 서적으로 꼽히는 <신학대전 Summa Theologica>을 저술하여 가톨릭 교리의 체계를 세웠습니다. '이성'의 학자였지만, 동시에 성체 앞에서는 눈물을 흘리며 아름다운 시(성가 가사)를 썼던 '신앙'의 신비가였습니다.
● 지식보다 중요한 것은 사랑: 그는 평생 엄청난 지식을 쌓았지만, 생애 마지막 순간에 환시를 경험한 뒤 '내가 쓴 모든 것은 내가 본 것에 비하면 한낱 짚불에 불과하다'며 겸손하게 펜을 내려놓았습니다. 지식의 끝은 결국 하느님을 향한 뜨거운 사랑임을 보여준 것입니다.
3. 우리의 삶에 깃드는 지혜와 묵상
1) 나를 위한 성찰 질문: 내 마음 밭을 가로막는 '돌맹이'는 무엇인가요?
뿌리를 내리지 못하게 방해하는 내 안의 고집이나 편견, 혹은 쉽게 뜨거워졌다 식어버리는 냄비 같은 신앙은 아닌지 돌아봅시다. 오늘 내가 골라내야 할 마음속 돌멩이 하나는 무엇인가요?
2) 오늘을 위한 신앙 지침: 한 구절의 말씀을 깊게 '심으세요'.
성 토마스 아퀴나스는 방대한 신학 대전을 썼지만, 그 모든 지혜의 시작은 성경 한 구절에 대한 묵상이었습니다. 오늘 복음 중 가장 와닿는 한 문장을 골라 하루 종일 되새겨 보세요. 그것이 바로 내 마음을 좋은 땅으로 만드는 첫걸음입니다.
3) 일상을 바꾸는 생활 지혜: '단순함'으로 가시덤불 제거하기
세상 걱정이 숨을 막아올 때, 삶을 조금 더 단순하게 만들어 보세요. 불필요한 정보 (SNS, 뉴스)를 조금 줄이고, 침묵의 시간을 5분이라도 가져보는 것입니다. 마음의 빈 공간이 생길 때, 비로소 주님의 씨앗이 자랄 수 있는 햇볕이 들어옵니다.
[출처 표기]
본문 말씀: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성경
참조: 가톨릭 굿뉴스 매일미사 강론 및 성 토마스 아퀴나스 성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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